한국불교의 얼굴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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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40회 작성일 24-04-18 17:42본문
을미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달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조계사에 쏠렸다. 실시간 생중계 되는 종편들의 뉴스의 중심에는 온통 조계사 관음전 뉴스뿐이었다.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정치뉴스도, 한 자동차회사의 야심찬 신차발표회도 묻혀 버렸다.
조계사는 1910년에 각황사란 이름으로 창건됐다. 각황사는 근대 한국불교의 총본산이며 최초의 사대문 안 신설 사찰이었다. 일제의 식민지배하에서 창건된 조계사는 본산제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해방 이후 정화운동의 중심지로서 극심한 투쟁의 장이었고 정화이후에는 투쟁의 내성으로 인해 극심한 내부분쟁의 장으로 세상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하기도 했다.
오늘날 조계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불교중심지이며 한국불교의 행정, 포교 등 불자들의 신행공간으로써 뿐만 아니라 문화 공간, 시민 소통공간으로도 충실하게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진입으로 빚어진 사태를 보면서, 내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종교적 책무에 대한 시각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갈등과 법 감정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강경발언을 하고 몇몇 스님들이 의원회관에서 항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이웃종교인 명동성당에서는 위원장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민주화가 된 이후 명동성당에서는 받아주질 않았다. 아예 오질 못하게 했다. 그것은 독재시대에는 비정상적인 국가권력의 탄압으로부터 민주투사를 보호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노조나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노동현장에서 기여한 바는 크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숙은 다양한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조계사는 시민 모두의 성지여야 한다. 특정정파나 특정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성지여서는 안 된다. 다행히 대응 매뉴얼을 만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중재도 잘못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진정한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부처님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고민해서 좋은 매뉴얼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163호/2015년12월19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