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의 향기

주지스님 법문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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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152회 작성일 24-04-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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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과 출세간

 

‘우리는 지금 어디에 머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선(善)과 악(惡), 흑(黑)과 백(白) 등이 있는데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세간과 출세간은 불법에서 말하는 세계이다.

 

사전적 의미의 세간은 세속(世俗), 범속(凡俗)으로서 세상의 사물이나 번뇌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존재의 모든 현상을 가리킨다. 세속적인 것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 즉 욕계, 색계, 무색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출세간은 세간의 반대개념으로 열반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이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고통과 고민과 갈등, 증오 등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집단자살사건, 각종비리와 부정으로 연일 언론에 거론되는 사건 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심적인 고통과 아픔, 불안과 초조 등 그들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다.

소중한 가치는 삶의 과정과

목표가 무엇인지 살피는 것

비단 재가불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세간을 지향하는 출가수행자들도 이런저런 일들로 고통 속에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일들이 있다 하니 인생사 고통은 재가나 출가나 다름이 없다. 재가의 길을 걸으며 출세간을 사는 분들이 있고 출가의 길을 가면서 세간의 길을 가는 분들을 많이 본다. 재가나 출가의 구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행의 입장에서의 소중한 가치는 삶의 과정과 목표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세간의 고통을 여의고 출세간의 길을 제시한 경전이 <숫타니파타>인데 제1장 뱀품을 보면 “연못에 핀 연꽃을 물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말끔히 끊어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넘쳐흐르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안으로 성냄을 없고, 밖으로는 세상의 영고성쇠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모든 것은 허망하다고 아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숫타니파타> 제2장 ‘소치는 다니야’ 편을 보면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이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지붕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스승은 대답했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완강한 미혹을 벗어버렸다. 마히이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은 드러나고 탐욕의 불은 꺼져 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 거던 비를 뿌리소서.”…(중략)…

악마 파아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근본은 바로 기쁨이다. 집착할 것도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도 없으리라.” 스승은 대답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근심하고 소를 가진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참으로 사람이 집착하는 근본은 근심이니라. 집착이 없는 이는 근심할 것도 없느니라.”

세간의 근심과 걱정과 괴로움은 탐욕과 집착으로부터 생겨나고 출세간의 열반락은 탐욕과 집착을 버림에서 온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세간과 출세간의 차이는 한 생각 차이임을 알 수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세간도 출세간도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리듯이, 다 비어있는 지극히 공(空)한 세계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불교신문 2738호/ 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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