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의 향기

주지스님 법문

어느 한의사의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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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42회 작성일 24-04-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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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추위가 유난히 길다. 빙판에 넘어져서 평소 친분이 있는 불자 한의원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그런지 반갑게 차를 마시며 긴 시간 대화를 갖게 되었다. 한의업계도 살아남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의사는 매주 월요일이면 교수님들과 그룹 세미나를 하며 의료계의 변화추이와 새로운 기술 등을 살피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양방에 대한 공부도 하고 필요하면 협력도 하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문제점을 찾기 위하여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는다고 한다. 환자를 대하는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는지, 경영전반에 걸쳐서 냉정한 판단을 받으며 불필요한 직원은 줄이고 잘못된 점은 고치고 고객만족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살아남기에 힘이 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자신은 잘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누구나 자신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관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은 더욱 키우고 단점은 찾아내 고치려면 다른 기관의 냉정한 컨설팅이 필요하다. 사찰이라고 예외가 있을 수가 없다. 사찰도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발길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불자들이 찾는 사찰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다. 법회방식이나 법당구조, 혹은 의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표정과 말 한마디에도 상대는 기분이 나쁠 수가 있다.

얼마 전 종무소 직원들의 말 한마디 표정하나에도 초심자들은 기분 나빠하고 발길을 돌리고 한다는 신도님 말에 해당종무원에게 얘기를 했더니 섭섭하다며 난리다. 외부 컨설팅업체의 문제 제기였다면 그렇게 반발했을까? 스님들의 교육도 있어야 하지만 사찰종무원들의 교육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셀프 컨설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과감하게 외부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이제 개인이나 사찰, 종단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어쩌면 그 기회마저 놓치면 퇴출될지도 모른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를 깊이 되새겨 봐야 되지 않을까?

[불교신문3073호/2015년1월14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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