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의 향기

주지스님 법문

공양주도 걱정하는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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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41회 작성일 24-04-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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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정초 사찰마다 한해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회향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하는 행사가 방생법회나 성지순례이다. 해마다 하는 행사라서 매년 실시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인원이 줄어들고 일정잡기가 쉽지가 않다. 세월이 갈수록 불자님들의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고 있으며,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불자님들과 삼사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모 사찰은 유서 깊은 천년고찰의 화려한 단청과 날아갈듯하게 이어지는 기와집의 추녀선이 너무나 아름답고 천년은 됨직한 탑은 이끼를 얹은 채로 단아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구하나 안내하는 분도, 사찰역사를 소개하는 분도 없었다. 종무소에 분명히 종무원들이 있었지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물론 성지 순례객이 많다보면 다 챙기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몇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한 분들을 생각하면 반갑게 맞이하고 따뜻한 연잎차라도 한잔 대접하면, 일반 관광객이라도 감동을 받게 되고 다음에 또 찾고 싶은 절이 될 것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는 모 사찰에서는 연세가 지긋하신 공양주 보살님이 살갑게 맞이하면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가라며 사찰의 역사와 문화재, 주변 소개를 해주시는데 정말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공양주보살의 불교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 총림의 방장선출에 잡음이 많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법(法)과 법(法)이 만나야 할 산중 어른을 모시는 자리에 이(利)와 이(利)가 판을 치니 이제 방장의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했다.

출가자가 없다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렇게 큰절에 주지 스님 혼자 지키고 있다고 한다. 상좌를 두려고 해도 출가자가 들어오질 않아서 어찌 할 방법이 없단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비어가는 절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젊은 불자와 어린불자가 없다는 걱정도 했다. 지방은 전부 고령화되어 지팡이 짚고 겨우 절에 오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노보살님들 세대가 끝나고 나면 절에 과연 누가 오겠냐는 것이었다. 공양주도 걱정하는 불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온 하루였다.

[불교신문3089호/2015년3월18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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