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의 향기

주지스님 법문

“시세대로 사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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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43회 작성일 24-04-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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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퇴직하신 명예교수님을 모처럼 만났다. 나이가 칠십이 되면 시세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배추가 비싸면 김치를 비싸게 먹어야 되고, 배추가 싸면 김치도 싸게 먹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가슴에 와 닿는다. 칠순을 종심(從心)이라고도 한다. 시세대로 사는 삶이나 종심이나 같은 내용이다. 시세대로 산다는 것은 주어진 모든 것을 순리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세상을 시세대로 살다보면 다툴 일도 미워할 일도 없을 듯하다.

사람마다 마음 그릇이 다르고 현실을 보는 안목도 다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나이순으로 물으면 모두 다른 소리를 하고 남녀지간에도 보고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다르다. 그야말로 시세대로 보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시세가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뜻일 게다. 시장에서도 시세에 맞으면 사고 시세에 맞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중생사 일이며 그것을 순리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종심이며 시세대로 사는 경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 종교별 시세는 얼마나 될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13년도 종교별 신뢰도조사 자료에 의하면 가톨릭이 29.2%로 가장 높고, 불교 28.0%, 개신교 21.3% 등이다. 기독교에서 조사한 자료를 인용한 것은 상대의 조사 자료를 볼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과 기독교를 합치면 50.5%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종교의 시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불교의 시세를 높이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량위주가 아니라 품질위주로 가야한다. 고품질 불교는 시장에서도 높은 시세가 형성되리라 본다. 그것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기 때문이다. 시세에 맞게 살아가시는 원로 교수님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그러면서 나의 시세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시세는 얼마나 될까? 별로 잘 팔리지 않는 것을 보면 시세가 없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시세대로 사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귀전에 맴도는 하루였다.

[불교신문3111호/2015년6월13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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