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의 향기

주지스님 법문

수행자의 언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38회 작성일 24-04-18 17:47

본문


며칠 전 평소 친분이 있는 모 사찰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절 마당에 도착하니 마당에서 주지 스님과 40대 거사님이 사소한 일을 가지고 논의를 하는 중이었다. 우연히 옆에서 듣게 되었다. 대화내용을 들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말에 상스러운 용어에 비속어에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한 용어들 뿐이었다. 평소 친한 도반들 사이에서 조차 사용하기 민망한 단어들이 마구 튀어 나왔다. 거사님 앞에서 사용하는 언어로서는 심히 부적절해 보였다.

옆에 누가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함부로 말을 한다는 것은 평소 그 분의 언어습관에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그 분의 말에는 악의가 있거나 나쁜 의미가 담긴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제3자 앞에서 무안함을 느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말이나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정신이다. 그래서 평소 사용하는 말이나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화려한 말이나 글이 아니어도 아름다운 말과 글이 있고 화려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말과 글이 있다.

계율이 추상같고 예불과 기도를 잘하는 스님이 있었다. 열심히 기도하니 불자님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러다보니 교만해지고 거만해져서 수행자들이나 불자들에게 함부로 하고 입에 담을 수없는 악담을 일삼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곁을 떠나갔고 상처를 입었다.

말이나 글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말 때문에 상처받고 글 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한다. 수행자들 사이에는 물론이거니와 출가자와 재가자들 사이에도 수행자다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교를 위한 것이고 수행자를 위한 것이다. 수행자들의 말과 글 때문에 상처를 받고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참다운 수행은 자신의 아뢰야식에 내재된 악습을 끊고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사고가 바뀌고 언어가 바뀌고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잠시라도 생각을 놓치지 말고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 생각을 챙기고 말을 챙기며 행동을 챙겨야 한다. 이것이 얻어먹고 사는 수행자가 세상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가는 몸짓이 아름다워야 오는 몸짓이 아름답다. 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 있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다듬듯 자신을 다듬어보자. 그래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승가의 일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137호/2015년9월16일자]

보산스님 논설위원·고양 길상사 주지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로 36번길 17 Tel.031-966-9852
Copyright© 길상사 ALL RIGHTS RESERVED.